[재테크] 인플레이션과 투자 결정
요즘은 각종 금융관련 뉴스가 인플레이션 얘기로 가득하다. 인플레이션이 재정설계나 투자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생각해보는 것은 그래서 더욱 시의적절할 수 있겠다. 재정설계 속에서 투자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리스크 프로파일링’이란 것을 먼저 한다. 이를 근거로 주식, 뮤추얼 펀드 등과 같은 리스크(risk) 자산과 채권, 고정/지수형 연금과 같은 안전 자산이나 여타 투자자산 사이의 비율을 정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때 인플레이션은 사실 고려대상이 아니어야 한다. 무슨 뜻인가? ▶일반적인 투자 결정 과정 = 재정설계는 투자설계를 그 안에 포함하고 있다. 그리고 투자설계의 과정에는 최종 포트폴리오 구성과 관련된 결정을 하기 위해 고려하는 사항들이 있다. 은퇴를 위한 투자를 예로 들면 이렇다. 은퇴까지 몇 년이 남았는가, 은퇴 후 필요한 세후 자금을 현재 화폐가치를 기준으로 할 때 얼마인가, 얼마나 살까(은퇴기간), 향후 30년에 걸친 기대수익률은 무엇인가, 현재 이를 위해 준비된 투자자산 규모는 어떤가, 앞으로 몇 년간 얼마나 더 저축할 수 있나, 소셜 시큐리티 연금은 얼마 정도로 예상되는가, 그리고 리스크 수용 정도(risk tolerance)는 어떻게 되는가 등이다. 이들 질문에 대한 답은 결국 어떤 형태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어떤 방식으로 운용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중요한 근거를 제공한다. 그 결정 과정을 예를 들어 살펴보면 왜 이런 사항들을 고려하는가에 대한 이해에 도움이 될 것이다. ▶60세의 투자자로 본 실례 = 은퇴까지는 5년이 남았다. 은퇴 후 얼마나 필요할 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대략 세금 내기 전 금액 기준으로 연간 5만5000달러 정도가 필요하다고 가정하자. 은퇴기간도 불분명하지만 90세까지라고 하자. 그리고 기대수익률은 연간 6% 정도. 현재 개인은퇴계좌(IRA)에 약 31만 달러를 모았다. 추가 저축할 여력은 없고 연방 소셜 연금은 연간 2만5000달러 정도로 예상한다. 리스크 수용 정도를 계량화할 때 가장 안전한 수준을 1로 하고 가장 위험한 수준을 100이라고 할 때 비교적 보수적인 수준인 약 30 정도로 나왔다고 가정해 보자. 세전 5만5000달러가 필요하다고 했으니 현재 모아둔 IRA 31만 달러가 66세부터 90세까지 매년 3만 달러씩을 만들어 내려면 연평균 6%의 수익률을 내야 한다. 정부의 소셜 연금 2만5000달러를 더하면 필요하다고 답한 연간 5만5000달러를 맞출 수 있게 된다. 향후 25년간 연간 6% 안팎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 구성이 가능한가? 물론, 가능하다. 그런데 한 가지 빠진 문제가 있다. 인플레이션이다. 지금 화폐가치로 5만5000달러라고 했으니 은퇴기간 중 필요한 돈은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사실 이보다 훨씬 많아야 할 것이다. 지난 1924년이래 연평균 인플레이션은 3.24%였다. 시대에 따라 이보다 높을 수도 있고 낮을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역사적 평균치는 그렇다. 현실적으로 향후 인플레이션이 이 수준을 보일 지 여부는 불투명하고 아무도 정확히 예측할 수도 없는 부분이다. 그러나 일단 시뮬레이션 차원에서 이 역사적 평균치를 적용하면 현재의 구매력을 유지하기 위한 수익률은 연평균 6%가 아닌 8.22%다. ▶더 높은 리스크 수용은 답이 아니다 =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니 필요한 수익률이 기대수익률을 훨씬 웃도는 결과가 나왔다. 문제다. 왜 문제인가? 주식/채권 비율이 대략 50/50인 중도 포트폴리오는 지난 93년 이후를 기준으로 할 때 연평균 약 5.87% 수익을 냈다. 대략 기대수익률과 필요한 수익률이 일치한다. 해당 포트폴리오의 리스크 수준도 고객이 수용할 수 있는 수준과 맞는다. 그런데 인플레이션을 따라잡기 위해선 8.22%의 수익률이 필요하다. 그리고 연평균 8.22% 수익률을 내기 위해선 주식/채권 비율이 75/25 정도로 더 많은 리스크 자산을 수용해야 한다. 이런 비율의 포트폴리오가 갖는 리스크 정도는 계량화하면 55 정도가 된다. 고객이 원한 30에 비해 훨씬 리스크가 높아지는 것이다. 전반적인 리스크 수용 정도 수준도 높지만 같은 기간 최대 낙폭은 40%까지도 있었다. 5년후 은퇴 예정인 60대 투자자가 과연 이런 수준의 리스크를 수용할 능력이 있는가 묻는다면 답은 ‘절대 아니다’이다. 이는 고객도 원하지 않는 리스크 수준이기도 하거니와 이런 투자자에게 필요한 평균 수익률 8.22% 달성을 위해 보다 많은 리스크를 수용할 것을 권한다면 그것은 ‘피듀셔리’로서의 역할을 배신한 행위가 될 것이다. ▶인플레이션이 권장 투자 포트폴리오를 바꾸는가? = 인플레이션은 권장 포트폴리오의 구성과 운용 요건을 바꾸지 않는다. 투자자에게 맞는 포트폴리오 구성비는 자신이 원하는 리스크 수용 정도와 자신에게 맞는 리스크 수용 능력에 따라 결정된다. 이런 상황 하에서 맞는 조언은 저축을 더 하도록 권유/유도하거나 은퇴시기를 늦추는 것, 혹은 은퇴기간 중 필요한 지출규모를 축소하는 것 등에 맞춰져야 할 것이다. 필요한 ‘고수익’을 위해 리스크 정도를 높이는 것은 절대 적절한 조언도, 현명한 선택도 아니다. 인플레이션 우려로 불투명한 시장환경이다. 그러나 이는 내 포트폴리오 구성과 운용 방향을 바꾸지 않는다. 다시 내 리스크에 맞는 자산운용 전략을 검토하는 것이 핵심이다. 지금은 불필요한 추가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서 원하는 목표지점에 도달할 수 있는, 현실성 있는 계획을 세우는 것이 더욱 중요한 시기라고 할 것이다. 켄 최 아메리츠 에셋 대표재테크 인플레이션 투자 인플레이션 얘기 투자자산 규모 여타 투자자산